[재미있는 심리] 지루하면 주먹이 세진다? — 빨래 개는 영상 25분의 실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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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5분 동안 빨래 개는 영상만 본 사람들은 재미있는 다큐를 본 사람보다 샌드백을 더 많이, 더 세게 쳤다. 지루함이 '강한 자극을 찾고 싶은 마음'을 키우고, 그것이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다.
지루함은 그냥 '심심함'이 아니다
지루함은 별것 아닌 감정처럼 보인다. 그런데 2026년 학술지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에 실린 중국 쓰촨외국어대학교 헝 리(Heng Li)의 연구 제목은 꽤 도발적이다. 〈지루함에서 싸움으로(Bored to battle)〉.
연구자는 세 번의 연구로 지루함과 공격성의 관계를 추적했다.
실험 하나: 빨래 개는 남자, 그리고 샌드백
가장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실험이다. 성인 12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, 한 집단은 한 남자가 빨래를 개는 단조로운 영상을 25분 동안 , 다른 집단은 동네 공원을 다룬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25분 동안 보게 했다.
그다음 참가자들을 방에 혼자 두었다. 방 안에는 샌드백과 권투 장갑 이 있었고, 숨겨진 카메라가 그 모습을 기록했다.
결과는 선명했다. 지루한 영상을 본 사람들이 더 많이, 더 세게 샌드백을 쳤고, 더 편안해 보였으며, 그 시간을 더 즐겼다고 답했다. 그리고 이 차이를 설명한 연결고리는 '자극 추구' , 즉 강렬한 경험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.
실험 둘: 지루함은 정치적 판단도 거칠게 만든다
세 번째 연구에서는 미국 성인 277명에게 지루한 물벽 영상 또는 흥미로운 다큐를 보여준 뒤, 자신이 군 통수권자라고 상상하고 가상의 상황에서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지 물었다. 지루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군사 행동을 더 지지했다. 여기서도 자극 추구가 다리 역할을 했다.
첫 번째 연구(중국·베트남 대학생 370명)에서도 평소 지루함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신체적·언어적 공격성, 분노, 적대감이 모두 높았다.
그러니 지루하면 위험하다?
그렇게 읽으면 오해다. 실험은 실험실 상황이나 가상의 판단이었고, 실제 폭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. 자기 조절력처럼 지루함과 공격성 사이를 막아 줄 수 있는 요인도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.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지루함은 창작, 운동, 추억 떠올리기 같은 건강한 행동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.
핵심은 이것이다. 지루함은 "뭔가 자극이 필요해"라는 신호 다. 그 신호를 어디로 보내느냐는 우리가 고를 수 있다.
오늘 해볼 것
괜히 짜증이 나고 누군가에게 날을 세우고 싶을 때, 혹시 '지루한 상태'는 아닌지 한 번 물어보자. 10분 산책, 좋아하는 노래 한 곡, 새로운 길로 돌아가기처럼 작은 새로움 하나가 날카로워진 마음을 풀어줄 수 있다.
출처: Li H. (2026),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/ PsyPost https://www.psypost.org/how-extreme-boredom-can-push-people-toward-aggressive-behavior/